여자 나이 마흔둘에 - 림길도
스물다섯
분 바른 듯 하얀 볼로
속세(俗世)를 떠나 깊은 골 암자에 몸담은 지
어느덧 열일곱 해
대숲에 바람만 서걱이는
이다지도 깊은 골에
희열로 토굴가를 부르는 듯
아름다운 가락이 어찌 아니 반가울꼬
몰래 내리는 밤이슬에
오랜 세월
묵은 그리움이
비구니 가슴에 촉촉이 젖어드네
대웅전 돌아앉은
약수터 커다란 함지박
연붉은 빛 물 속에는 암자가 잠이 들고
도토리 가루는 차분히도 가라앉았다
자다가 해우소를 찾아 나온
동자승이 짓궂게도
가라앉은 앙금을
휘이휘이 젓고 가네
그래도
달빛 아래
하얀 작은 손등이
어찌 저리도 예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