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혼 - 채규판
비늘을 털고 일어서는
저 식물의 함성을 보라
눈 가장자리를 붉히면
힘살을 부풀려 올리면서
위로 위로만 머리 풀어 흔드는
나무들의 아우성을 보라.
지혈이 있는 대로 달아오르고
포도 넝쿨에 걸린
냄새가 흩어지고
말끔하게 치운 뜰에
새 한두 마리가 내려앉는다.
달려가는
저 힘의 움직임을 보라
툭 불거진 근육으로 힘의 극한을 되받아치며
용솟음치는
저 환희이 높이를 보라
작고 모자란 돌멩이를 갈고
닦고
문지르다 보면
가끔 별의 촉광을 만날 수 있으리라.
서로 부디끼며
서로 눈치를 교환하며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분배하며
하루를 다 써 버린 세월의 중간에서
톱밥처럼
톱밥처럼 우껴져 내리는
우리의 이삭을 본다.
흰빛이라고 말해도 좋지만
푸른 강물이라고 불러도 좋지만
검게 타들어가는
생각의 마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겨우 침상에서 걸어나와
맞아들이고 있는 것은
빛갈기, 바람의 깃이다.
톱밥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