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빛이 만나는 해변 - 차영한
통돌이세탁기로 빨래하는 해변
군청색 담요들이며 와이셔츠를 뒤집어 돌려 주는
바닷새들의 떠들썩한 손놀림들
드럼 연주에 충분한 네 시간의 결핍만큼이나
가벼워지는 세탁물들 온통 스캔들로 날고 있다
미쳐 버린 내 검은 머리카락을 흰 머리카락으로
때론 절단된 신체들의 넥타이로 펄럭이다가
날아다니는 저 클래식들을 휘몰고 오는 높새 된새들
하프 첼로의 헛손질들을 마구 헝클어 버리지만
하루에 두 번씩은 외골격의 달랑게 망둥이 청소부들이
성안(城內)의 총구멍에다 내뱉는 바다를 리모델링하는
가래기침 같은 물거품을 거뜬히 걸러 주나니 오히려
물방울 속의 물방울들로 하여 볼 수 있는 나의 배꼽을
밀려오는 물꽃 이파리들로 숨겨 주는 또 하나의 눈빛
말미잘처럼 원시적 질투로 굴절하고 있다
아내의 꽃반지도…… 그리고 편견된 소외만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