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손 - 강우식
새벽마다 혼자 앉아 효자손으로
텅 빈 등을 긁는
늙은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요.
태풍 몰아친 뒤의
과수원의 낙과처럼 여편네는
흙으로 간지 오래고
그나마 붙어 있던 자식도
제 살림 차린다고 떠나 버리고
일찍 눈 뜨인 신새벽에
홀로 등 꾸부리고 앉아
희끄무레 밝아오는 봉창을 바라보며
등을 긁적대는
팔자를 떠올려 본 적이 있으신지요.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어
누군가 뒤가 홀가분해 좋겠다고 하지만
늙은이에게 등이 가볍다는 것은
세월의 무게도 다 덜어내
허사비 같다는 것.
옛날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누가 사다 놓은 건지도 모르는
효자손을 들 때마다
이승 떠난 여편네의 손톱이,
가려운 데를 족집게처럼 찾아 내던
시원하고 흰 손톱이
눈물나게 떠오르고
아무리 효자손으로 등을 쓸어도
가을 들녘처럼 허전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사는
인생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