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동해에서 - 오귀진
먼동이 트는 동해
수평선을 가리고 있는
험준한 산들을 보라
밤 사이
전설의 섬 아틀란티스가
바다 밑에서 솟아올랐나
아니, 홍길동이 율도국이
조류에 떠밀려 온 것인가
저기 검은 산 너머에는
수천 년 착취당하며 살아온
민초들이 꿈꾸던 풍요의 땅
시비와 반목도, 역병조차 없는
평화로운 나라가 있으리라
초여름 산들바람에
파아란 보리밭 물결치고
제비들 나는 맑은 하늘 아래
목매기 울음 한가운데
푸근한 장마당에선
온 가족이 이웃들과 어울려
즐거운 하루해를 아쉬워하며
시끌벅적하게 보내고 있겠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잠들지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수장된 뱃사람들의 영혼이 간밤에도
그리던 육지를 저렇게 빚어 놓고
이루지 못한 젊은 날의 꿈은
이른 아침 검푸른 구름으로
저토록 높이 피어오르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