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山問)에 기대어 - 오세영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러 사는 것처럼
그렇게 소리 없이 살 일이다
여울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워 사는 것처럼
그렇게 무심히 살 일이다
꽃이 피면 무엇하리요
꽃이 지면 또 무엇하리요
오늘도 산문山門에 기대어
하염없이
먼 길 바래는 사람아,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르듯이
그렇게 부질없이 살 일이다
물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우듯이
그렇게 속절없이 살 일이다
이기와 여행 산문집"시가 있는 풍경"[가교출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