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추방
그는 열변을 토했다
자장면집이 너무 많다
태화루, 중화루, 만리장성이 모두 어렵다
너도 나도 칼국수집, 추어탕집, 순대국집을 내면
너도 못살고 나도 못산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 사람은 결국 차기에 낙선했다
요새는 시인이 너무 많다
몇 명만 남기고 모두 추방하자
그러면 시집은 잘 팔리고
시인도 저명한 정치가와 둘러앉아 만찬을 할 것이다
삼십 명만 남겨놓자
그만큼만 남겨서 정부정책 나팔수로 삼자
그러면 인천은 아마 시인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나는 독재자 플라톤과 다르다
절반의 국민이 시인이어도 좋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시 쓰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시 쓰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시 쓰고
노점에서, 절간에서, 감옥소에서 시 쓰고
세상에 시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진짜 시인
알토란같은 시인을
하늘이 그렇게 많이 세상에 낼 리가 없다
-최일화
시작노트
시를 쓰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모두 시인의 이름표를 달고 다닐 필요는 없다. 신고도 필요 없이 마구 이름표를 달고 다니다 보니 여기 저기 발에 차이는 게 시인이다. 아마 교과서에서 배운 윤동주가 멋있어 보였나봐. 그래 김서기도 이름표 하나 달고 다니고 이계장, 장박사, 오간호사, 강변호사, 정선생, 가정주부 영숙이 엄마도 시인 이름표 하나 달고 다니는 게 유행이 되었다. 고백하건데 나도 그 중에 하나다. 그렇다하더라도 하늘이 진짜 좋은 시인을 그렇게 많이 세상에 낼 리는 만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