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사랑 - 정어린
봄꽃이 그리도 서둘러 문을 여는 것은
춥도 시린 세월을 보듬고 왔음이라
모진 바람 찬서리가 온몸을 뒤흔들 때마다
부둥켜안은 향기는 풍선처럼 자랐어라
이파리의 만용도 용납 않고 뛰쳐나온 누리에
미처 다듬지 못한 화장마냥 야하다
가슴 속까지 추락해 버리는
준비도 없이 추락해 버리는
사랑은 그렇게 곱더라
꽃이 그리도 서둘러 가는 것은
어느 따스한 봄날의 기약을 지키고 싶음이라
구름이 못 믿을 세상을 비껴 날아
제 돌아갈 하늘로 오르듯이
가슴을 달구며 작열하던 태양
아름다운 황혼이 도둑처럼 다가오듯이
세월이 파도처럼 험하게 울부짖음은
아직 태워야 할 정열이 남아있음이라
그래서 꽃이 그리도 헤프게 웃나 보다
그래서 봄이 꽃보다 앞서 가는가 보다
-<창조문예> 2007.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