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 권현형
울음송곳으로 누가 자꾸
어둠을 뚫고 있나
한낮 산책길 저수지
수면에 어른대는 당신을
잠깐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밤새 환청에 시달린다
물이 운다는 생각
난생 처음 해 본다
그것도 동물성의
울음꽃떨기를 피워
깊이 모를 바닥에서 송이째
끝없이 밀어 올리는 듯하다
저수지 안에서 살아가는
황소개구리가 내는 소리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도
누구의 설움이 조금씩 누수되어
내게로까지 스며들었는지
그때 물이 울었다는 생각
거두어지지 않는다
권현형 시집"밥이나 먹자, 꽃아"[천년의 시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