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골시편
개미땀 - 김신용
개미도 땀을 흘린다
은유가 아닐라, 살아 있는 땀을 흘린다
쬐그만 개미들이 흘리는 개미땀을 핥아먹고 사는 목숨도
있어서
쬐그만 개미의 땀방울을 핥아먹고 살아, 늘 목이 마른 개
미 손님 같은 연명(延命)도 있어서
지렁이가 몸 속에서 대지를 뱉어내듯이
강이 제 몸을 풀어 안개를 피워올리듯이
개미도 땀을 흘린다
딱딱하게 굳은 갑피의 등짝으로 땀을 흘린다
현미경으로 보면, 바닷가의 몽돌처럼 몽글몽글 돋아 있
을 땀방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365일
먹이를 물어 나르기 위해, 쉬지 않고 흘리는 그 땀방울
햇볕에 마르면 하얗게 소금꽃이 필 듯
갑피를 벗어 짜면 한 바가지 물을 쏟을 듯
개미도 땀을 흘린다
마치 대지가 곡식을 키워내듯이
한 번도 움켜쥐어본 적 없는, 쬐그만 개미들이 흘리는 미
립자 같은 땀방울들
그러나 바닷가의 몽돌같이 단단히 맺혀 있을 땀방울들
쉬임 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에 닳고 닳아, 모서리
가 없어진
그 둥글고 부드러운 땀방울들이여
무거운 돌의 짐을 져 나르는, 가느다란 허리가 떠받치고
있는
탑들이여, 한 번도 허물어져본 적 없는 그 돌의 탑을 쌓
기 위해
오늘도 굳어 딱딱해진 갑피의 등짝으로 쉬지 않고 피워
올리는
그 몸마저 모서리가 닳아 둥글고 부드러워진
개미도 땀을 흘린다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땀을 흘린다
김신용 시집"도장골 시편"[천년의시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