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조정
늙은 여승이 나뭇가지 끝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겨울을 한 해 더 넘겼으니 달라져야겠다
주름이 더 많아져야겠다
급히 잠 개어 일어났으나
물이 차
손을 맑게 씻기 어려웠다
고양이 그림자에 놀란
봄이 급정거하다
한껏 당겨 쥔 우윳빛 바랑 줄을 끊었다
나무 밑이 축축하다
쏟아져 내리니 검붉게 썩어가는 생리대뿐이다
귀가 질긴
봄이 불가불 눈썹 사이로 걸어 들어올 때
가진 등 모조리 밝혀 얼굴을 비춰본 적 있다
조정 시집"이발소 그림처럼"[실천문학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