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것 - 장옥관
길에도 등뼈가 있었구나
차도로 다닐 때는 몰랐던
길의 등뼈
인도 한가운데 우둘투둘 뼈마디
샛노랗게 뻗어 있다
등뼈를 밟고
저기 저 사람 더듬더듬 걸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밑창이 들릴 때마다 나타나는
생고무 혓바닥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남김없이 일일이 다 핥아야 한다
비칠, 대낮의 허리가 시큰거린다
온몸으로 핥아야 할 시린 뼈마디
내 등작에도 숨어 있다
장옥관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랜덤하우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