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에 관한 추억 - 이성목
그의 집 창가에 은행나무 한 그루 서있었는데
가지 하나가 담을 넘어서고 있었는데
마치 그건 긴 고양이 울음 같았는데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돼
나무가 잎을 피워내는 동안 우리도
무엇에 자꾸 부풀어가고 있었는데
꼼짝할 수 없는 전율이란 그런 것이었지
허공과 허공, 허공에, 나무가
잎을 건네며 무엇을 말하려하는 동안 우리도
무엇을 자꾸 말하고 있었는데
은행나무 안에는 짐승이 살고 있어서
뿌리가 뿌리를 흙투성이로 덮치는 순간 열매를 맺는다는
그런 말, 입에 구린내를 풍기며 했을 것인데
그는 누구였을까 은행나무 가지에 익다 만
울음소리 주렁주렁 맺혔다가 떨어지던, 그런
황망히 바라보던, 그런
왈칵 쏟아지던,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