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날의 사유 - 서영식
몇 번의 헛구역질 끝에
변기 속으로 풍덩 떨어진 살점
창자 깊은 곳부터 팽창한 바람이
명치에 걸린 살점을 밀쳐 올렸다
쏟아져 나온 살점의 끄트머리를 불던
쉰 바람의 조각들
제 낄 곳을 찾아 허공을 더듬는다
내가 뜯어 먹은 바람은
한 모금씩 밤을 뱉어내던 해소기침
언 물에 쌀을 씻는 소녀의 입김
그보다 더 지독한 허공의 조각을
나는 살점과 함께 씹고 삼켰다
허공에 바람조각들이 떠돌고 있다
등 시린 사람들 몰아쉬는 한숨
그 휘파람소리만 갈수록 커지고
우리는
살점과 함께 그들의 숨결을 뜯어 먹으며
간간히 체하기도 하나 보다
텅 빈 위장으로 휑한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