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사랑이라고 하나 - 황학주
갸름하게 빠져 나가는 밤 버스
가슴을 오므라뜨려서 경적소리를 내고
네게 간다
전염처럼 빠른 사랑이었다
살이 빠지는 한숨이 있고
물든 즐거움을 저버려야 하는
악몽조차 눈독을 들이던 사랑
아직도 네게 길들지 않는 두드러기 빨갛지만
이 모래 들판에서
목 빠지게 못 잊었던 기다림의 궁지
쭉쭉 팔처럼 젖히며 가고 싶었던 사랑
이렇게 가슴 상한 여기를 마음이라고 하나
여기를 사랑이라고 하나
네게 화상같이 벌건 오장을 보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