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발전소 - 안도현
살구꽃.......
살구꽃.......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전기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림없이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가 있을 거야
낮에도 살구꽃......
밤에도 살구꽃......
안도현 시집"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