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 김영래
저놈은 완전 방수된 몸을 가졌다. 코를 틀어쥐고 물 먹
이는 세상에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수면 위를 산책한
다. 떠다니는 가벼움을 위해 먹고 싸는 일을 포기한 신선
같다. 유연한 몸짓, 빙원을 활강하듯 유창한 행보. 보라,
유쾌한 정신의 물구슬 유희! 잡식으로 뒤뚱거리며 마음
물밑이 두려운 우리에겐 신약(新約)의 기적 같은 현신.
저놈의 아랫배 아래서 사타구니 밑에서 가려운 파문이 이
는 물은 감히 그를 물들일 수도, 수생(水生)으로 전향시
킬 수도 없다. 정말이지 저놈은 물들지 않은 소금이다.
김영래 시집"하늘이 담긴 손"[민음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