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 박광록
바람이 불려면 불라지요
비가 오려면 오라지요
천둥이 치려면 치라지요
저 흑빛 겨울죽음 속에서도
내 기어이 살아났거늘
그까짓 외로움쯤이야
그러나
길가에 밟히는 이름 없는 들풀이라고
수군거리지는 마시오
내 이래 뵈도
가난으로 이골난 서러운 세월일랑
거북처럼 등에 지고
분연히 여기까지 걸어왔느니
비록
화려한 꽃은 못되더라도
이렇듯
어렵사리 씨 맺음 다 하였으니
이제는 낙엽이 진들, 스러진들
아쉬울 게 또 무엇이랴
성공한 인생이 별것이드냐
아! 나는 들풀이려오
그리움 먹고사는
들풀이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