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잠 - 고재종
저 사람 아직도 저기있네
감나무 그늘아래
평상을 놓고
저 무량한 햇살에
윤기 잘잘 흐르는
감나무 잎새 헤아리네
저 사람 아직도 저기있네
감나무 그늘 아래
큰대자로 뻐드러져서
저 무량한 바람에
수천 수만 살랑거리는
감나무 잎새 헤아리네
텃밭에 참깨씨 마저 놓는일
잠시 밀쳐두면 어떤가
사람이 잠시 게으르면
감꽃뚝뚝, 지는 시간도 보고
사람이 스스로 가난하면
소나기 후두둑, 듣는 시간도 잊네
저 사람 아직도 저기 있네
저 사람 마누라
화급을 다투는 소리 내질러도
밤꽃향기는 풍겨오고
뻐꾹새는 큰 잠을 달래고
하늘은 다시 청청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