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론改嫁論 - 신달자
앞으로 살 날이 멀었다면서
나보고 팔자를 고쳐 보라고 하네
내가 알기로 우리말은
망가진 것을 새로 손보는 것을
고친다라고 하지 않는가
내 인생이 그렇게 망가진 것일까
망가진 인생을 고쳐보면 이음새 없이
고쳐지기는 하는 것일까
바늘자국도 못자국도 없이
고쳐지기는 하는 것일까
앞으로 살 날이 멀었다면
그래 그렇지 한번 팔자를 고쳐보는 일
나쁘지 않으리라
그러나 나는 행복의 얼굴을 몰라서
아무거나 행복인 줄 안아버리면 어쩌나
안겨버리고 나서
운명이라고 다시 참고 주저 앉아버리면 어쩌나
달콤한 맛에 내 혀는 우둔해서
행복을 먹여도 맛을 모르면 어쩌나
너는 너무 억울하니 팔자를 고쳐보라는
그 목소리 앞에서
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어물어물
절절 쩔쩔 얼굴만 붉히고 있네.
마음으로는 네 네 네 감읍하면서도
왜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나
까짓 거 한번 고쳐봐도 될 일인데
한바탕 뜨거워져 불이 나도 될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