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모든 걸 꽃피우신다 - 김형술
금붕어가 야위었구나 강아지 발톱도 깎아야겠고 난분은 방에
들여라 일렀지 않았느냐 나팔꽃 아이비 물나무 들일랑 비님
오시는 날 바깥 구경 좀 시키지 않고……이대로 두면 모두 돌
아가시고 말겠다.
두 주일만에 들리신 어머니 짐보따리 미처 풀기도 전에 집안
구석구석 잊고 있던 것들 먼저 챙기신다. 산 것들을 이리 허술
히 하다니 죄도 큰 죄다 말갛게 닦아 신은 흰고무신 아랑곳 않
고 짐보따리 여기저기 넣어 오신 깻묵이랑 흙거름으로 시들어
가는 것들에게 자꾸 말을 거신다.
늙은이와 고목은 자리를 옮기면 못 쓰게 되는 법, 며칠만 더
하고 잡는 말문 단호하게 막으시며 빈보따리를 들고 헹하니
시내버스 오르신다. 어머니 다정한 말들 모두 알아 들었는지
거짓말처럼 집안은 생생하게 반짝이고, 창틀을 타고 오르며
줄기줄기 진청색 꽃 피워 아침을 불러내던 나팔꽃, 슬며시 고
개 내밀어 어머니 돌아간 골목길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