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 이선화
아직 가늘게 두른 나이테
잿빛 기억 머금은 저 어린나무에
봄꽃 향 이지러지면
햇빛 잘 드는 장독대
물 항아리 같은 사람
다시 내게로 올까
슬몃, 나 몰래
꽃대궁 같은 사랑 키웠노라고
고백해올까
아, 그러면 나
햇살이 풀어놓은 풀숲
바람의 노랫소리 들으며
민들레 홀씨처럼
그대에게 가는 길 서둘러야지
길 아래 길을 놓고
길 위에 길을 놓아
하도 고운 능선 따라
욕심도 버리고
슬픔도 버리고
세상살이 경계 짙은 긴장
다 풀리면
도타운 그대의 숨결 밑으로
봄내 다독다독
밭고랑 같은 사랑 일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