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아침 - 나태주
살아 있는 나무들의 혼령이
시퍼렇게 으깨진 이내의 아침
하늘은 나무들 사이
깊은 우물로 고여
두레박으로 퍼내는 숨소리뿐이다
절벽 앞에 다다라
다급해진 숨소리 하나뿐이다
개구리 모여 우는 무논 구석에
진달래꽃 진 가지 푸름에 갇혀
허덕이는 허덕이는
이제는 거의 다 하늘로 증발해 가는,
나뭇잎의 수런거림뿐이다
새로 돋은 초록 속에 빨려들어가
몰아쉬는 몰아쉬는 숨소리 하나뿐이다
이제는 하늘 나라에서부터 울려오기 시작하는
목소리뿐인 당신
언뜻언뜻 새울음 속에 숨어 빛나기도 하는
맑으신 당신의 눈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