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 남용술
지워지지 않은 세월의 길목 서면
수많은 사연이 어눌하게 앉아서
흘러간 강물 굽이굽이 한숨소리
넘실거리는 물결에 담긴 그림자
아직도 선명하게 그대로 있을까
자국마다 시들지 않고 들려오는
가슴 한 자락 흔들고 간 바람소리
한(恨)이 살아서
잠겼다 떠오르는 물수제비같이
잊어버렸던 허기의 발목을 잡을까
외로웠던 시절의 숨결 지울 수 없는
매정한 길목에 걸린 한 폭의 묵화
은은한 풍상 머금은 메아리
꿈속에서 본 것 같은 고샅길 이야기
호기심 많던 눈딜로 돌아다 보이는
굽이마다 선명한 무지개 빛일까.
남용술
196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한국문협.국제펜클럽. 동아문인협회.황우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수상.
시집 「살(煞)」외 7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