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임보
겨울 매운 바람이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잎들을 찢어
허공에 흩고 있는 광경을 보았는가
어느 날 우리의 육신도
그렇게 헤어져 돌아가리니
이 육신 섬광처럼 짧고 빛나는 머묾이여
이 손바닥에 뜨거운 편지를 새기리라
영혼의 불꽃으로 깊이 새겨
허공에 띄우리라
한 억 년쯤 산하를 떠돌고 떠돌다
드디어 어느 골짝에서 다시 만나게 될
그대 수신자 나의 발이여
---------------가슴이여
---------------등뼈여
우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는 한때의 형제였었다고
영혼의 불꽃에 몸을 비비며
서로 붙들고 울먹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