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는 잎사귀 - 김지향
모서리가 살아난 장독대 옆구리
황금날개 바람이 앉아 있다
날개는 이내 열리고 바람은 날고 있다
귀를 세워 설치된 진눈깨비는
귀가 잘려 고개를 떨구고
하늘을 깁고 있던 먹구름도
팔짱을 끼고 제 집으로 돌아서고
채소빛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비어있는 마당 열 구 군데를
새로 와서 채우는 열두빛 햇살
지구 밖의 봄 돋는 소식도 몰고와
초록빛 비늘을 뿌린다
황금실을 뿜어낸다
동면 속에 접어든 오동나무는
꿈을 털고 일어서고
장독대 질항아리도
이마를 쳐들고 깨어난다
엎드렸던 내 의식은 눈썹을 내밀어
저 창밖의 파도치는 초록물감 속을
눈 뜬 잎사귀가 되어
하늘하늘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