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그리움으로 쓰는 말 - 이희정
지들끼리 몸 부비며 우는 까닭을
아는 건 가을입니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것을 알아보듯이
내가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내 아버지 가시던 날도
그대 떠나던 날도
울었던 힘만으로
먼 들판 갈대들이 눕고
오래 익숙한 것들이 이별을 할 때는
독한 얼룩이 지워지지 않듯이
순간들을 기억하는
자국으로 남습니다
갈대들이 몸이 흔들리기 전까지
지상에는 이미
어쩔 줄 모르는 그리움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