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꿈 - 윤성호
넓적하고 우아한 잎사귀들 땅에 내려
옹기종기 가볍게 부푼 바람소리 품을 때
매달린 채 투정부리는 작은 잎 몇 장
눈물얼음 번쩍인다.
찬바람터에서 버티는 나뭇가지 끝마다
여러 겹 투구 쓴 봉오리들
지금 막 이마로 일어선다
맑은 하늘 벼락 끝에
남은 한 겹마저 떨어지고
하얀 날개 만발하여 등치 채 떠오르는 날
아무데도 가지 말고 온종일 그걸 바라보고 있어야겠다
눈 쌓인 비탈을 지팡이로 찔러 길을 내고,
황사바람에 눈도 크게 못 뜨고 찾아온 손님이
대문 고리를 잡는 기척이 나면
나가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해와 달이 하얀 날개를 번갈아 타는 자리에
손님의 파란 눈이 잠깐 머물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