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나무가 되어 - 백창훈
그대의 나무가 되어
아지랑이에도 마음을 주며
어린 가지에 기대
설레 임으로 피어 가는
한 새싹이고 싶습니다
가는 이슬비에도
그대 생각으로 젖어 가는
연녹색의
한 잎의 그리움이고 싶습니다
때까치 새둥지 지어주며
산비둘기 새끼치는
보금자리이고 싶습니다
그늘에 묻혀 고개 숙인
우울한 그대 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한 꽃잎이고 싶습니다
찬바람 스쳐 지나가면
두 손 따뜻하게 잡아주는
붉은 단풍잎이고 싶습니다
잎들이 날리어 가고
다시는 사람들 찾지 않을 때
백설의 눈꽃을 피우며
가지마다
다정한 속삭임으로 흩날리는
그대의 눈꽃이고 싶습니다
눈 위에 햇살이고 싶습니다
그대의 겨울나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