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 - 김지하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나 바람이라면
여윈 알몸을 가둔 옷
푸른 빛이며 바다라면
바다의 한때나마 꿈일 수나마 있다면
가슴에 꽂히어 아프게 피 흐른다
굳어 버린 네모의 붉은 표지여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아아 죽어도 좋겠네
재 되어 흩날리는 운명이라도 나는 좋겠네
캄캄한 밤에 그토록
새벽이 오길 애가 타도록
기다리던 눈들에 흘러 넘치는 맑은 눈물들에
영롱한 나팔꽃 한 번이나마 어릴 수 있다면
햇살이 빛날 수만 있다면
꿈마다 먹구름 뚫고 열리던 새 푸른 하늘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잠시나마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푸른 옷에 갇힌 채 죽더라도 좋겠네
그것이 생시라면
그것이 지금이라면
그것이 끝끝내 끝끝내
가리어지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