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신달자
그대는 아는가
나는 지금
소홀산이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는
광릉의 숲길에 와 있다
크낙새는 다 어디로 갔는지
그대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숲길에서
나는 유서 같은 편지를 쓴다
나무들은 그래도
가을이 가기전에 그대가 오리라고
말하고 있다
가지마다 붉은 축등을 켜 놓고
우리의 만남을 위해
서둘러 황홀한 잔치라도 벌이자는 것이다
<오지 않을 것이다>
사약 같은 통증으로
숲을 향해 외치지만
나무들은 더더욱
산너머 바다 너머 그 너머
서둘러 그대가 달려오리라는 것을
믿고 있는 모양이다
나의 생은 그대를 기다리는 것
나는 다만 이 한마디로
이 편지의 마무리를 끝내려고 한다
행여 그대 오려거든
아파하고 신음하는 아스팔트 길을 멀리하고
고요하고 적막한
광릉의 숲길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