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 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 모으고
고단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 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 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 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 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해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밤 새이도록
끝없는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가.
곧이어 몹쓸 어둠이 걷히면 떠날 것이냐.
한때 너를 이루었던 검고
투명한 물의 날개로 떠오르려는가
나 또한 얼마만큼 오래된 냉각된 꿈속을 뒤척여야
즐거운 액체가 되어 내 생을 적실 것인가.
공중에는 빛나는 달의 귀 하나 걸려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오오, 네 어찌 죽음을 비웃을 것이냐
삶을 버려둘 것이냐, 너 사나운 영혼이여 !
고드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