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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文  Sep 14 2024
후회 아내는 평생 피아노를 연주했다. 대학 전공도 피아노다. 그러다 대학원에서 파이프오르간과 중세 오르간을 공부했다. 발에도 건반이 있어서 사지를 움직여야 하는 고난 위 연주다. 악보는 흰색보다는 검은색이 더 많다. 그런 능력은 타고난 것인가? 신기한 여인이다. 학원과 성당 일을 하다 갑자기 수채화에 빠졌다. 그때는 나도 글을 멈추고 그림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전시회는 아내가 먼저 열었다. 대신 그림의 제목은 내가 지어주곤 했다. 중국에 멋진 산을 보았는데 그 산 앞에서 그 산을 그리고 싶다고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열정이 대단했다. 수채화에서 유화로 빠지는 기간에 아내는 세상을 떴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망과 열정은 주변인에게 힘을 준다. 쳐져 있는 사람도 힘을 내게 되고 같이 하자고 덤벼들면 더할 나위 없이 힘이 샘솟는다.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삶은 고귀하다. 아내는 한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해댔다. 잠도 잘 잤고 먹기는 나보다 더 많이 먹는 편이었다. 뭐든지 누리려 하는 즉,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을 누리려는 아내의 욕망은 나를 변하게 했고 나는 거기서 얻는 힘을 돈 버는데 쏟았다. 그래야 팍팍 밀어주지. 다시 펜을 들고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았지만, 아내는 달랐다. 닥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무조건 일부터 저질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좋았고 주변 사람들은 아내를 철인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뭔가를 시작한 후 이루고 나서 웃는 야릇한 미소는 나를 늘 자극했다. 그늘 속 독방 늙은이처럼 늙을 바에야 청춘으로 살자. 그러다 웃으며 죽자. 철학은 철학이고 삶은 삶이다. 철학이 삶을 어느 정도 지배하지만 완전히 점령할 수는 없다. 철학은 천편일률적이고 사람은 모두가 다른 삶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무단 점령은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철학은 내 삶의 참고 자료지 지배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회사에 다녀도, 학교에 다녀도 힘이 샘솟는 사람이 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늘 밑에 들어서면 어두워지듯이 사람도 밝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옳다. 반대로 나의 어둠이 상대에게 해가 된다면 내가 가진 구름을 걷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9시 뉴스에 범죄자로 출연하게 된다. 내가 가진 마음속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은 끝없는 수렁과 같아 한번 빠지면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움직일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 만다. 돌아가거나 건너뛰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조절 능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 말로는 긍정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둥 떠들어 대지만 정작 본인은 어떤가? 지금 혹시 수렁 속에 있다면 힘이 샘솟는 사람과, 길이 있는 곳으로 가길 바란다. 하루라도 빨리 나와야 ‘후회’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생각은 지문과 같아서 우리가 모두 다르며 사는 길도 제각각이다. 누가 갔으면 다니지 않던 길에 길도 뚫어봐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뒤따르는 이인자로 살 것인가? 혹, ‘후회’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다른 길을 찾거나 새로 길을 내어 걷기를 바란다. 나 살아 보니 후회가 막심해서 하는 말이다. 2024.09.14. 11:13 風文 윤영환
風文  Aug 28 2024
조용히 가고 싶다. 한 20년 만인가.오늘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나는 아름다운 어르신과 추한 늙은이를 구분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아름다운 분들이 99%인데 꼭 1%가 화나게 한다. 변할 줄 모르고 민폐가 습관으로 변해 추하게 늙는 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몇 달 전엔 출판사에서도 이런 꼰대같은 일이 있었다. 왜 늙을수록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해지는가. 그건 살아온 방식과 삶이 억지든 뭐든 평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 길이 늘 옳다는, 종교를 초월한 믿음 때문에 주변이 불편해도 그 길이 옳은 길이라 믿고 항로를 변경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미화하여 나이로 밀어붙이거나 경험상 옳다 우기고 마치 공로자처럼 누구 덕에 이나라에서 사냐며 되묻고 남의 의견이나 공공 예절을 뭉개며 뒷방에서 늙는다. 정말 수십 년 만에 욕 한번 시원하게 했다. 후련타. 모레 또 만나야 하는데 그때 또 건드리면 참교육을 해드릴 참이다. 대형 사고는 오늘 나야 했을 것 같은데 관세음보살 아멘이다. 누가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가. 존경받을 어른이 없으니, 존경은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책을 사본 적이 없으니 저렇게 늙다 많은 이의 욕을 벗 삼아 살다 가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는 저렇게 살다 가고 싶지 않다. 2024.08.28. 13:05 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