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이 얼지 않는 이유 - 반칠환(1964~ )
겨울 양재천에 왜가리 한 마리
긴 외다리 담그고 서 있다
냇물이 다 얼면 왜가리 다리도
겨우내 갈대처럼 붙잡힐 것이다
어서 떠나라고 냇물이
말미를 주는 것이다
왜가리는 냇물이 다 얼지 말라고
밤새 외다리 담그고 서 있는 것이다
상생의 정치, 상생 관계, 윈윈 전략…. 상생이란 표현이 자주 쓰인다. 상생의 반대말이 상극이다. 소설가 박상륭 선생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상극의 세계다. 먹이사슬 탓에 그렇다. 생명은 먹이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먹이사슬 문제가 인간의 마지막 화두라는 것이다. 상극적 관계인 냇물(속의 물고기)과 왜가리를 상생의 차원에서 바라보려고 애쓰는 시인의 발상법이 도리어 슬퍼 보인다. 상생은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문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