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1974∼ ) ‘소사 가는 길, 잠시’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오늘 처음 보게 된 당신도 어느 골목에선가 지나친 적이 있었던 것만 같다. 이것은 어떤 장력인가. 이것은 근원적인 것인가. 우리는 서로의 ‘창’과 ‘유리’에 얼비치고 있다. 우리 서로 만나면 서로의 품을 부둥켜안고 두 손을 끌어 맞잡고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자.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