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같은 그리움' 문태준(1970~ )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놓았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밀어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울림이 큰 몇 개의 단어에 집착한 적이 있다. 등대.별.굴렁쇠.그리움 등속. 입 속으로 굴리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파문이 일고는 하였던 것이다. 그리움에도 유형이 있을까. 뻘 같은 그리움에는 질척거리는 혹은 물컹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시편 속의 그리움에는 물질성보다는 시간의 개념이 더 강하다. '뻘흙을 토해내는 조개, 눌러놓은 돌을 슬쩍슬쩍 들어올리는 풀'의 서두르지 않는, 은근한 힘의 투혼! 그것이 참 그리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