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비행장 - 마경덕
가끔 하늘의 길도 지워지는 법이어서
불시착한 텃새가 머물다 가는 호숫가 기러기 비행장
단골고객인 고니, 청둥오리는
멋진 활공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일간지 헤드라인으로 떴다
이륙과 착륙이 반복되는 곳, 새떼의 발톱에 걸려
번쩍, 호수가 들린 적도 있었다
스스스스… 바람 우는 소리
타국으로 자식을 보낸 사내도 한낮을 울었다
사나흘 갈대밭의 눈시울도 축축해서
갈대숲에 숨어든 연인의 엉덩이가 다 젖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행에 몰입
훈련을 마친 조종사들 발 씻으러 물가로 내려와
하나둘셋넷…… 발바닥으로 수면을 치고 날아가고
축! 저공비행
둘러선 갈대밭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난리부르스를 추는 것도 이때,
기러기조종사들은 그때서야 발자국이 찍힌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갈대바람을 허리에 두르던 초보파일럿들
꼭두식전에 갈대밭이 기능증명서를 교부했다
지난가을 자격증을 남발해서
V자로 펼쳐지는 에어쇼에 참가한 늙은 조종사와
첫 비행에 나선 어린 조종사가 추락한 사고도 있었다
격납고가 텅 비었다
출국수속을 마친 호숫가 비행장이 수상하다
찬바람에 발목이 부러진 갈대밭이
추스르고 일어서서 마지막 깃발을 흔든다
출항(出航)이다!
한 무리 기러기 편대, 활주로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