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 - 장성혜
나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골목에 있어요 낙원
꽃상가 안에 있는 해피플라워에서 일해요 꽃바구니를
만들어 전국 어디든지 보내요 날마다 축 탄생 축 승진
리본이 달린 꽃들이 내 손을 떠나 누군가에게 가지요
프러포즈용 장미 백 송이를 꽂고 돌아서서 장례식장으
로 가는 국화 화환을 만들기도 해요 그럴 때는 축 사망
이라고 쓰고 싶어져요
지금은 내 하루 중 가장 해피한 점심시간이에요 생
선구이 백반을 먹으러 가는 길이지요 당신이 해피를
찾는 전단이 아직도 붙어 있네요 나도 해피를 찾아다
닌 적이 있어요 발정이 나 울다가 달아나 버린 암고
양이를 말이에요 해피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해피를 만났지요 털이빠지고 뼈만 앙상했어요
당신이 찾는 것과 같은 요크셔테리어였어요 내가
찾는 해피는 아니지만 해피라 불렀지요 나는 해피와
살고 싶었어요 해피를 씻기고 분홍리본을 달아 주었
어요 해피는 내 손을 물어뜯었지요 가까이 가면 으르
렁거렸어요 오줌을 질금거리는 해피와 싸우기 시작했
지요 해피는 밤마다 앓는 소리를 냈어요
당신이 해피를 찾아다니는 이 골목에 나는 해피를
몰래 내려놓았지요
해피는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