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러시 - 유미애
멧돼지 털로 만든 브러시를 가진 남자를 알지
거친 사막과 탐스런 달을 가진 남자의 두 얼굴을 기억하지
짝짓기에서 실패한 후 그는 눈썹을 밀어버렸지
속눈썹에서 폴짝거리던 달처녀를 사막으로 보냈지
그녀는, 봄날의 물앵두 꽃처럼 떠났지
눈썹 잃은 그에게 세상은 맹수들의 전장, 그에게 눈썹은 앵두와 피의 어금니
남자는 앵두를 먹는 꿈으로 고독한 입술을 지켜왔지만
아침이면 나무거울 앞에서 눈썹을 그리지 크흥크흥 야성을 복습하지
세상에 나가있는 동안은 처녀의 둥근 방을 잊지
부푼 앵두 맛과 만월 애인의 오렌지 색 젖가슴
브러시는 그에게 갑옷을 입히고 창을 들게 했지
앵두나무 지하방에 붉은 짐승 한 마리 키웠지
사막의 달은 빠르게 야위었지
어둠이 삼킨 오렌지의 뼈가 드러나고 앵두나무에는 철문이 달렸지
날마다 짙어지는 눈썹을 깎으며 처녀에게 바칠 구름 생리대와
풍만한 엉덩이를 위한 언덕을 스케치했지만
그녀의 향기로운 몸에 어금니를 박고야 만 남자
브러시가 만든 숲에서 멧돼지처럼 그가 울지 입술의 피 냄새를 지우지
브러시가 덮치고 간 황량한 얼굴을 눈물로 씻어내지
사막에는 귤처럼 썩어가는 달의 아이들이 있고
돼지우리 안에는 남자가 살지
물앵두나무 그늘처럼 어두워지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