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 남지연
첫동이 트는 호미곶 해를 가로지르며
촘촘히 돛대 올린 어선 한 척
영일만의 풋풋한 새벽을 낚고 있다
나지막한 지붕들
성난 파도에 더 낮게 몸을 낮춰
평화를 꿈꾸는 바닷가 마을이
대낮에도 고요하다
불꽃처럼 쏘아올린 해를 품고
꽃잎 속속들이 붉어간 해당화 몇 송이
나 처음 본 바다에 들었던 밀물처럼
울컥 그리움의 꽃으로 들어앉았다
집채보다 커다란 손바닥 위에
저무는 영일만 아득하게 얹은 바다
적멸의 마지막 잔을 비운 채
별빛 푸른 세상 등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