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복숭아나무 - 이승주
꽃봉숭아나무야, 나 이제 알겠다
상처 깊은 짐승
오감에 예민해지는 법
누군가 깨어 지켜야 했던 그 겨울
팔과 목을 물어뜯는 바람 속에서
손바닥 발바닥 위로 못을 박던 밤
제 혼자 사철 잎 푸른
아름답게 한 허물 벗을 줄 모르는
속은 텅 빈 대나무
푸른빛은 절개가 아닐 때
새봄, 숲의 노래와
나비들의 합창을 위해
너는
밤새
붉은 꽃잎 꼭꼭 접고 있었구나
이승주 시집"내가 세우는 나라"[고요아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