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사랑처럼 눈 내리어 - 김정웅
자정에 끓던 물
새벽에 잦아들고
빈 벌판에 거짓 사랑처럼
끝없이 흰 눈 내릴 때
잠들지 마라.
그대 영혼이 깊이 잠들 때
육신만이 거지처럼
불가로 모여든다.
보라.
흰 눈 속에 붉게 핀
꽃들의 온도,
쓰레기통 속에서
색종이꽃들 밤새 웃고
벨을 누르면 언제나
꿈처럼 울린다.
돌아보지 마라.
찬 눈 밑에선
찬 눈 밑에선
영하의 잘디잔 눈금들이
언 발가락을 비비고 있다.
한겨울 깊은 어둠을
자신의 체온만큼 조금씩 녹이며
이루지 못한 行을 다시 이루려고
깨알처럼 박혀 있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추억은 사랑처럼 눈 내리어
그대를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