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 J 프레베르(1900~77), 김화영 역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겨울 햇빛 속 어느 아침
네가 내게 입맞춘
내가 네게 입맞춘
그 영원의 한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라
수백만 년 또 수백만 년도
프랑스에서 대중적 시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한편, 불의에 대한 분노를 해학에 담아냈던 J 프레베르의 시다. 어디 파리의 공원뿐이랴. 그대와 나의 그 첫 키스는, 때와 장소와 무관하게 우주적 사건이다. 그대가 나에게 오기 위해, 또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니, 어찌 우리의 만남이 사소하고 우연한 것이랴. 그대와 나, 우리는 모두 유구하고 또 유일해서 존귀한 존재들이다. 첫 키스 함부로 잊지 말자. 그 순간을 다 말하려 하지도 말자. 오래 오래 간직하자. 그것이 우주에 대한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