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 백우선
독재에 항거하는 분신도 있었고 태안 기름 오염 사태 무책임에 항의하는 분신도 있었다 우리 문화재도 홀대와 소외의 슬픔을 더는 견디기 어려워 항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나는 문화재의 대표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고민고민 끝에 분신을 택하기로 했다 잡상 하나를 밀사로 보내 토지 보상에 불만인, 문화재 방화 전과자의 침범을 묵인하기로 했다 지하철이 밑을 흔들어 댄 지도 30년이 넘었고 기록을 날로 경신하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죽을 결심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문을 개방해 드나드는 사람들의 “확, 불을 싸질러 버려!” 이런 말을 종종 들으면서 분신을 굳혔다 경비도 허술하고 방화 설비도 있으나 마나이며 관계기관들의 방재 대비 미비 등을 모두 고려한, 딱 안성맞춤의 선택이었다 새해 시작부터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설 연휴 직후를 골랐으며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주의 환기 목적도 있었다 현판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다들 보았을 것이다 태우지 않고 땅에 떨어뜨린 뜻을 잘 알아야 한다 국토에 함부로 손을 대는 비례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땅에 떨어진 이 땅의 예를 다시 높이 일으켜 세우리라 믿는다 예가 없으면 바로 지옥이다 경쟁은 사양도 배려도 없는 싸움이고 돈만 섬기면, 영혼도 상품일 뿐이다 자기만 잘 사는 것은 남을 못살게 구는 것이고 자기만 살겠다는 것은 남을 죽이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