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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1933∼ ), ‘연애’
오늘은 나 열아홉으로 돌아가
열여섯 살쯤 되는 누이와
춥지? 아냐 신나
어쩌구 저쩌구 그런 사랑 하고 싶어라
눈 내린 경인선 가고 싶어라
동문선 뒤적이다가
네놈의 양반들아 백팔운 굴레 쓰고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한 것 같으니라구
네놈들의 사천이백 시부 탁 덮어라
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시인의 마음은 열아홉에서 성장을 멈추었다. 마음 안에 숨어 사는 홍안이여,
장하구나! 연애하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 일 어찌 즐겁고 살갑지 않겠는가. 연인 앞에만 서면 물 묻은
손으로 전선 만진 듯 찌르르 온몸에 전류가 흐르던 그날로 돌아가 연애를 살자.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 서러
운 이들이여, “춥지? 아냐 신나!” 하는 밀어를 서로의 귓속에 뜨겁게 퍼부어주며.
이재무<시인>
이재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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