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9,475 추천 수 2 댓글 0
낙타사파리 - 이영식
낙타의 몸속에는 지도가 숨어있다
어미젖 떼고 마신 첫물 냄새로 시작하여
사막 곳곳 샘터의 기억을 새겨 넣는다
肉峰
깊숙이 내장된 물의 지도,
낙타의 全生 출렁이며 발굽을 끌고
모래바다 위 좌표를 찍는다
낙타는 발자국을 지우지 않는다
풀 한 포기 없는 다클라마칸 황사계곡
목숨처럼 찾아 마신 물의 유전자가
골수에 스며들 때쯤
쌍봉낙타 고개 들어 입 거품을 뿜어 날린다
사막의 정령은 그제야 생각난 듯 바람 놓아
발자국을 쓸어 덮는다
낙타는 알라에게 목을 꺾지 않는다
무릎 높고 보폭 좁은 걸음 도도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 세워놓은 아흔아홉 神宮 너머
카멜의 누각, 그 높은
정신을 향해 긴 눈썹이 열린다
깃털 같은 마지막 짐 하나에 거꾸러지면서도
그들의 별자리에 神聖을 모셔놓았다
낙타사파리를 떠나자
일상의 갈고리에 걸려 비루먹던 나날들
뚝, 떼어 던지고 사막으로 가자
낙타가 길 없는 길을 어떻게 제 몸피 속에 그려 넣는지
그리움 깊으면 십리 밖 물 냄새도 맡을 수 있는지
오래전 우리 꿈에서 빠져나간 몽고반점 같은
물의 지도를 따라가 보자
한입 베어 물고 싶은 날고기 같은 하늘 아래
사막의 시간은 산 채로 씹힐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날 것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65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98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328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554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61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90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8,00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96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63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47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906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508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9,015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908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89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621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63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22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815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777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6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707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3,012 | 2006.09.05 |
3908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41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