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사파리 - 이영식
낙타의 몸속에는 지도가 숨어있다
어미젖 떼고 마신 첫물 냄새로 시작하여
사막 곳곳 샘터의 기억을 새겨 넣는다
肉峰
깊숙이 내장된 물의 지도,
낙타의 全生 출렁이며 발굽을 끌고
모래바다 위 좌표를 찍는다
낙타는 발자국을 지우지 않는다
풀 한 포기 없는 다클라마칸 황사계곡
목숨처럼 찾아 마신 물의 유전자가
골수에 스며들 때쯤
쌍봉낙타 고개 들어 입 거품을 뿜어 날린다
사막의 정령은 그제야 생각난 듯 바람 놓아
발자국을 쓸어 덮는다
낙타는 알라에게 목을 꺾지 않는다
무릎 높고 보폭 좁은 걸음 도도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 세워놓은 아흔아홉 神宮 너머
카멜의 누각, 그 높은
정신을 향해 긴 눈썹이 열린다
깃털 같은 마지막 짐 하나에 거꾸러지면서도
그들의 별자리에 神聖을 모셔놓았다
낙타사파리를 떠나자
일상의 갈고리에 걸려 비루먹던 나날들
뚝, 떼어 던지고 사막으로 가자
낙타가 길 없는 길을 어떻게 제 몸피 속에 그려 넣는지
그리움 깊으면 십리 밖 물 냄새도 맡을 수 있는지
오래전 우리 꿈에서 빠져나간 몽고반점 같은
물의 지도를 따라가 보자
한입 베어 물고 싶은 날고기 같은 하늘 아래
사막의 시간은 산 채로 씹힐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