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소리
오래 우려낸 침묵 동그랗게 퍼져서 간다
저 소리 어찌 저토록 맑고 깊을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두툼한 손길 닿는 곳마다
새순은 불쑥 키가 자라고
또래끼리 왁자지껄 떠들며 흐르는 냇물
쑥스러워 한 박자 숨소리 낮추는 것을
꽃들은 홍조를 띠며 더욱 붉어가고
가지에 걸터앉은 꽁지 짧은 새
서산 낙일에 눈시울 붉어지는 것을
고달픈 한 생애가 소리의 원 안에 들어와
귀를 씻고 제 안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다 늦은 저녁 천년 잠 든 돌 고요히 눈을
뜬다 저 자애로운 소리의 상호 앞에서
누군들 열린 단추 여미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바다에 다 와가는 강물처럼 당신은,
山寺 떠나 숲 사이 우렁우렁 걸어오셔서
빠진 이처럼 춥게 서 있는
마을의 지붕 위에 괜찮다, 괜찮다고
잔기츰 흩뿌리신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2,694 | 2023.12.30 |
3930 | 빨래하는 맨드라미 - 이은봉 | 風磬 | 26,743 | 2006.07.05 |
3929 |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 風磬 | 24,259 | 2006.07.05 |
3928 | 사평역에서 - 곽재구 | 風磬 | 22,467 | 2006.08.22 |
3927 | 여름날 - 신경림 | 風磬 | 19,227 | 2006.08.25 |
3926 | 고향 - 정지용 | 風磬 | 19,158 | 2006.08.25 |
3925 | 인사동 밭벼 - 손세실리아 | 風磬 | 17,934 | 2006.08.25 |
3924 | 시를 쓰는 가을밤 - 이원규 | 風磬 | 21,561 | 2006.08.25 |
3923 | 휴전선 - 박봉우 | 風磬 | 23,234 | 2006.08.26 |
3922 | 홍시들 - 조태일 | 風磬 | 19,624 | 2006.08.26 |
3921 | 늦가을 - 김지하 | 風磬 | 17,865 | 2006.08.26 |
3920 | 빛의 환쟁이 - 정기복 | 風磬 | 15,421 | 2006.08.27 |
3919 | 바다와 나비 - 김기림 | 風磬 | 18,974 | 2006.08.27 |
3918 | 木瓜茶 - 박용래 | 윤영환 | 18,854 | 2006.09.02 |
3917 | 白樺 - 백석 | 윤영환 | 15,361 | 2006.09.02 |
3916 | 11월의 노래 - 김용택 | 윤영환 | 32,586 | 2006.09.02 |
3915 | 얼음 - 김진경 | 윤영환 | 19,325 | 2006.09.02 |
3914 |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 박정원 | 윤영환 | 21,185 | 2006.09.02 |
3913 | 겨울날 - 정호승 | 윤영환 | 16,747 | 2006.09.04 |
3912 | 춘란 - 김지하 | 윤영환 | 20,693 | 2006.09.04 |
3911 | 돌베개의 詩 - 이형기 | 윤영환 | 25,601 | 2006.09.04 |
3910 | 빈집 - 기형도 | 윤영환 | 12,685 | 2006.09.04 |
3909 | 9월 - 오세영 | 風磬 | 12,998 | 2006.09.05 |
» | 종소리 - 이재무 | 風磬 | 17,423 | 2006.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