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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오래 우려낸 침묵 동그랗게 퍼져서 간다
저 소리 어찌 저토록 맑고 깊을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두툼한 손길 닿는 곳마다
새순은 불쑥 키가 자라고
또래끼리 왁자지껄 떠들며 흐르는 냇물
쑥스러워 한 박자 숨소리 낮추는 것을
꽃들은 홍조를 띠며 더욱 붉어가고
가지에 걸터앉은 꽁지 짧은 새
서산 낙일에 눈시울 붉어지는 것을
고달픈 한 생애가 소리의 원 안에 들어와
귀를 씻고 제 안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다 늦은 저녁 천년 잠 든 돌 고요히 눈을
뜬다 저 자애로운 소리의 상호 앞에서
누군들 열린 단추 여미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바다에 다 와가는 강물처럼 당신은,
山寺 떠나 숲 사이 우렁우렁 걸어오셔서
빠진 이처럼 춥게 서 있는
마을의 지붕 위에 괜찮다, 괜찮다고
잔기츰 흩뿌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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