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7,270 추천 수 1 댓글 0
그에게는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그에게는 참으로 많은 손목시계가 있다
그의 손목은 시간을 잡아당기는 무거운 구리 문고리
그의 손목에서는 숨가쁜 말굽소리가 났다
그의 손목에서는 매일 노오란 해바라기꽃이 피었다 졌다
신생의 아이들이 바구니 속에서 울어 보채는 동안
화분의 제라늄이 비릿한 비염의 코를 베어내는 동안
그는 얼룩진 매트리스를 창문으로 끌어내 마구 두들겨 패고 있다
여자보다 더 많은 수의 시계가 그의 손목 안팎으로 꽃피며 지나갔다
그는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다 어두운 골목에서 느닷없는 사랑의 복면도
만났다 여우와 신포도도 보았다 깨진 무릎으로 찾아가는 아주 낡고 오래
된 모서리도 보았다
그는 흰 사슴도 보았다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그의 눈을 찌르기 위해 달려
들었다
그는 허공에 대고 정신없이 팔을 휘둘렀다 손목에 주렁주렁 매달린 시계
들을 잠재우지 않으려
한 때 그에게 단단히 손목 잡혀 있던 시간들이 이제 그의 손목을 되잡아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詩/류인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 風文 | 53,543 | 2023.12.30 |
393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1~4) - 이해인 | 風文 | 281 | 2024.11.08 |
3929 |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 風文 | 227 | 2024.11.08 |
3928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 김수영 | 風文 | 721 | 2024.11.08 |
3927 | 양지쪽 - 윤동주 | 風文 | 246 | 2024.11.08 |
3926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6~9) - 이해인 | 風文 | 258 | 2024.11.06 |
3925 | 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 - 이해인 | 風文 | 321 | 2024.11.06 |
3924 | 하...... 그림자가 없다 - 김수영 | 風文 | 243 | 2024.11.06 |
3923 | 산상 - 윤동주 | 風文 | 226 | 2024.11.06 |
3922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가을엔 바람도 하늘빛 1~5) - 이해인 | 風文 | 135 | 2024.11.04 |
3921 | 사랑 - 이해인 | 風文 | 231 | 2024.11.04 |
3920 | 파리와 더불어 - 김수영 | 風文 | 179 | 2024.11.04 |
3919 | 닭 - 윤동주 | 風文 | 179 | 2024.11.04 |
3918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8~21) - 이해인 | 風文 | 696 | 2024.11.01 |
3917 | 비 갠 아침 - 이해인 | 風文 | 643 | 2024.11.01 |
3916 | 미스터 리에게 - 김수영 | 風文 | 162 | 2024.11.01 |
3915 | 가슴 2 - 윤동주 | 風文 | 187 | 2024.11.01 |
3914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13~17) - 이해인 | 風文 | 715 | 2024.10.28 |
3913 | 비밀 - 이해인 | 風文 | 226 | 2024.10.28 |
3912 | 凍夜(동야) - 김수영 | 風文 | 245 | 2024.10.28 |
3911 | 가슴 1 - 윤동주 | 風文 | 181 | 2024.10.28 |
3910 |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흰구름 단상 7~12) - 이해인 | 風文 | 212 | 2024.10.25 |
3909 | 부르심 - 이해인 | 風文 | 207 | 2024.10.25 |
3908 | 싸리꽃 핀 벌판 - 김수영 | 風文 | 208 | 2024.10.25 |